새로운 프로세서를 만들다..

EISC라는 프로세서를 접하고 시작한지 올해로 벌써 8년째다.

학교에서 있을때 대한민국에 변변한 프로세서가 없다는 것에, 그리고 아키텍쳐와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없다는 것에 낙담하고 있던차에 SystemIC2010사업으로 embedded microprocessor사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리고, 아시아 디자인(지금은 ADChips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이라는 회사에서 EISC라는 들어보지 못한 프로세서를 만든다는 말을 들었다.

연구실에서 32bit EISC 담당하고, 분석하고, 설계하면서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동안 나의 공부 부족을 한탄하기도 하고, 팀원들을 탓하기도 하면서 몇개의 프로세서를 만들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제품군은 32bit EISC processor, 소위 main stream이라 불리는 분야의 내장형 마이크로 프로세서군이다.
우리회사에서 부르는 공식적인 명령어 체계 이름으로는 AE32000.

이번에 AE32000의 이름을 걸고 4번째 프로세서를 만들고 있다. 사실 major change로 보면 3번째 설계를 계승하는 것인데, 2년전에 해야 했을 일을 나 자신의 방황으로 2년이 지난 지금에야 하고 있다.

설계가 예상처럼 된다면, 이제 5단 파이프를 가지는 스칼라 프로세서 중에서는 가장 높은 IPC를 지니고 있는 프로세서이자 저전력 프로세서가 될것이라 자신한다.

그 이후에는 8~9단 파이프를 지니는 고속 프로세서를 만들 예정이다. superscalar도 고려중이지만, 현재는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프로세서를 만들어 두고, 팔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나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무모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만큼 유행에 민감한 시장에(한마디로, ARM이 유행하면 ARM이외의 embedded microprocessor는 모르는 환경이 되는) 매년 많은 인력을 투자하며 싸워 나가는 회사가 자랑스럽다.

단지, 가끔은 나 자신이 ‘이걸 만들어서 어떻게 ARM과 경쟁하나.. ARM은 속도를 위해서 공정도 조작하고, OS들도 많고.. ‘라는 생각으로 나약해 질때가 있지만..
후배들에게 내가 학교에서 느꼈던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경쟁력이 있는 것을 만들고 말리라..

다짐..

AMD와 Intel의 전쟁 그 2막.

이번에 회사에서 Microprocessor Report를 구독하기로 결정해서, 무려 900불에 육박하는 돈을 내고 구독을 신청했다. 프로세서하는 사람들에게 MPR은 아주 신속한 기술적 정보를 전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예전에 학교에서 구독했을때는, 괜찮은 기사가 나오면 바로 세미나 모드여서..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지난 주에 AMD Round II 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The Processor Wars Heat Up이라는 기사와 더불어 인텔과 AMD의 치열한 전쟁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뭐, 기본적으로 프로세서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더 좋은 AMD를 좋아하지만, 이번 인텔의  “마케팅적인 요소가 가득했던” net-burst 마이크로 아키텍쳐를 버리고(어떤 면에서는 전력 소모의 측면이나 공정기술의 한계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brainanic적인 core 마이크로 아키텍쳐로 이전한 것도 즐거운 변화이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 HP-PA아키텍쳐나 SPARC과 같이 IPC에 중점을 둔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주름잡다가 alpha이후로 주파수를 높이는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득세를 하더니, 다시 IPC에 중점을 둔 마이크로 아키텍쳐의 시대로 온 것 같다.

뭐, 어떤 곳에 보니 core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CISC로의 회귀..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어짜피 x86이란 넘은 CISC이고, 내부적으로는 인텔이나 AMD나 RISC로 구현되어 있고, RISC 형태로 분리된 micro Operand를 어떻게 잘 처리하는지가 관건인데, 그걸 좀더 넓은 파이프에서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CISC로의 귀환이라고 말한다면 넓은 issue 유닛을 가진 넘들은 다 CISC였겠네.. ^^;

잡설이 길어졌는데, AMD의 로드맵을 보니, 2007년에 차세대 core를 발표한다는데 이번엔 또 얼마나 재미있는 마이크로 아키텍쳐가 적용될지 궁금하네..HyperTransport도 3.0으로 업데이트되고..

MPR에 보면 인텔의 유리한점에 대해서 “삽질을 몇번 정도 해도 남을 만큼 돈과 자원이 넘쳐난다.. AMD보다 몇배 돈이 많으니까..”이런식으로 써 놨던데.. 공감..

어짜피 브랜드 파워는 인텔이 압도적이고, 마케팅에 부을수 있는 돈도 몇배, 연구 인력도 몇배.. 몇팀을 동시에 꾸리면서 2년마다 획기적인 마이크로 아키텍쳐를 발표할 수 있을 정도…

그래도, AMD가 Athlon에서와 같이 극적인 한판 뒤집기, 뭐 이런것이 기대되는 건 어쩔수 없다.

embedded microprocessor; 인텔과 AMD의 선택

인텔에서 ARM기반의 strongARM와 XScale 사업에서 손을 땐다고 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 AMD도 MIPS기반의 알케미 사업에서 손을 땐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본다.

인텔과 AMD에서 타겟으로 하는 내장형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이쪽 분야에서는 high-end라 볼수 있고, embedded에서 high end는 현재 PDA나 PMP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사용자들의 요구가 PMP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 코덱을 지원할 수 있으냐가 되겠다.
현재 상태에서 가장 많은 코덱을 지원할 수 있는 아키텍쳐는 명백하게 x86이다.
그리고, PMP쪽에서 요구하는 저전력/고성능이라는 요구는 low-end mobile cpu의 요구사항과 일치한다.
따라서, ARM이나 MIPS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SIMD기능을 아주 강력하게 추가하고, 클럭을 높이기 위하여 파이프라인의 깊이를 깊게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mobile cpu로 대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일한 타켓의 두 아키텍쳐는 프로세서 만드는 회사에 부담이 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x86기반의 PMP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되며, 이 두 회사는 아마도 1~2년 내에 x86기반의 mobile CPU를 PMP용(이 정도면 아마도 더 이상은 PMP가 아니고 UMPC쪽일지도 모르겠지만) 출시할 것이라 보인다.

그렇다면, embedded cpu의 성능이 일정 부분 이상을 상회해야 한다면, 이 부분은 x86쪽에서 가져갈 확률이 높다는 말이고, 아무래도 embedded cpu는 특정 분야에 특화되거나, (소위 이야기하는)범용 embedded microprocessor는 x86보다 저전력으로 구현해야 하는 PDA정도의 시장까지가 한계가 아닐까 싶다.

EISC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