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것이 항상 선택되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아마도 많은 엔지니어분들은 “가장 좋은 것을 만들면 선택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죠.

좋은 것이면서, 시의적절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좋지만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워 하는 부분은 자판입니다.
지금 가장 많이 퍼져 있는 글쇄는 한글의 2벌식, 영문의 QWERT 자판입니다.

예전 타자기 시절에 개발된 QWERTY 자판이나 AZERTY 자판의 경우 기존의 자판에서 사람들이 타이핑이 너무 빨라져서 타자기의 글쇄가 서로 엉키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타이핑을 좀 어렵게 해서 타이필 속도를 늦추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건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Dvorak 자판으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qwerty에 익숙해져서 이미 바꿔나가기는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한글 자판의 경우는 좀더 극적이라 생각되는데요..
제가 예전(초등학교 시절인지 기억이 가물한데.. 집에 한대 있어서 재미삼아..)에 다루어본 타자기는 3벌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컴퓨터 3벌식과는 전혀 다르지만 말입니다.
2벌식 타자기도 있긴 했습니다. (군대에서 쳐봤습니다.) 하지만, 2벌식 타자기는 받침 치려면 항상 쉬프트키로 글쇄 전체를 들어야 하고, 글자가 안 이뻐서 잘 안썼던 걸로 기억됩니다.

IBM PC의 한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아직 MS-DOS가 대세였고, 도깨비 카드가 한글 폰트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던 시절에 한창 2벌식과 공병우식 3벌식의 이야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많은 3벌식 지지자들이 있었지요.
초보자들은 2벌식, 컴퓨터좀 한다는 사람들은 3벌식을 쓰는 그런 추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Ketel에서 여론을 몰고 가시던 많은 분들이 한글에 대한 애착이 많은 분들이 많으셨고, 좀더 합리적으로 한글이 컴퓨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 하신 많은 분들이 3벌식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 3벌식은 좀더 직관적이고, 손이 편하고, 결정적으로 타자가 빠릅니다.
그에 반해서 2벌식은 왼손에 동작이 집중되고, 타자가 느리고, 배우기 편합니다. (사실 배우기 편하다는 말에 약간 문제가 있긴 한데요.. 처음에 보고 이해하기 쉬운건 사실입니다. 실제적으로는 손이 익숙해 지기에는 3벌식이 더 편합니다. 알기는 2벌식이 쉽고, 익히기는 3벌식이 쉽달까요.)

하지만, 윈도우 세대로 넘어오면서 3벌식은 거의 죽었다고 봅니다.
고생스럽게 배우고 익숙해졌지만, 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경우에 3벌식 자판을 따로 까는 것도 어렵고..
많은 분들이 컴퓨터에 와서 투덜거리는 것도 지겹고..
결론적으로 2벌식으로 전향하게 됩니다.

만일 컴퓨터가 보급될 당시에 3벌식이 제대로 표준화 되었고, 자판 회사들이 삼벌식 자판을 좀더 보급해 주었다면..
윈도우에서 초기 자판으로 삼벌식을 좀더 배치하였다면..

지금 기본 자판은 삼벌식이겠지요..

아쉬워서 한마디 써봤습니다.

10 thoughts on “가장 좋은 것이 항상 선택되는 것은 아닌가봅니다.

  1. 얼마나 사람들의 머리속에 또는 습관속에 빨리 스며드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변화하기 싫어하는, 또는 배우기 위하여 투자한 것을 포기하기 싫어하는 원리겠죠.
    게으른 사람의 속성이기도 하구…
    마케팅에서는 이런 선점효과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큰 이유로 봅니다. ^^ 저도 한번 써봤어요…

    1. 선점이 중요하구요.. 좀더 적자면, “사용자가 받아들인 준비가 된 상태에서” 선점하는 것이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2. 반드시 좋은 것이 선택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벌식은 그 경우가 다소 다릅니다. 세벌식이 표준으로 쓰인적이 있습니다. 박정희와 김종필이 재단 이사장을 하던 중경 재단에서 세벌식 특허를 사서 세벌식 타자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때는 세벌식이 표준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벌식은 일명 빨래줄 글꼴로만 찍힙니다. 일본식 글꼴(정사각형)에 익숙한 집권층이 세벌식을 버리고 만든 것이 네벌식입니다. 초성, 중성, 종성은 같지만 중성이 받침이 있는 중성과 없는 중성으로 나누어 집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다섯벌식도 만듭니다. 받침이 있는 중성, 없는 중성, 복모음일 때 쓰는 중성.

    예상대로 이 네벌식과 다섯벌식은 당연히 사라졌습니다. 표준으로 사용되던 네벌식이 너무 불편해서 벌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5공화국(전두환 정권)때 개발된 것이 두벌식입니다. 기계식 두벌식은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종성을 칠때에는 쉬프트 키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두벌식보다 훨씬 불편합니다.

    마지막으로 세벌식은 기계식 타자기이든 컴퓨터이든 자판의 배열이 거의 비슷합니다.

    저 역시 사업을 해보니 물건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되지 않더군요. 나머지는 다 영업입니다. 따라서 영업하시는 분들은 정말 돈 많이 받으셔야 합니다.

  3. 저 원래 영문 타이핑 DVORAK으로 외웠었어요..
    확실히 영문자판은 DVORAK이 편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 자리에서 뭔가 지원해줘야할 때…
    QWERTY로 독수리 타법을 하든지.. 자리에 앉자마자 키보드 설정을 바꿔야 했기에..
    저 스스로도 결국 대학원 올라가면서 포기했답니다.
    T.T DVORAK으로 수백타 속도까지 올렸었건만…

  4. 본문의 내용을 보면 세벌식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세벌식 쓰고 있고(두벌식 사용자보다 훨씬 적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준다면 세벌식 사용자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덧. 본문 중 QWERT라고 표현한 부분이 여러번 나오는데 끝에 Y하나 더 붙여서 QWERTY라고 알고 있습니다.

    1. 세벌식에 대하여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저도 세벌식 사용자였으니까요. 윈도우 세대에 와서, 다른분들과 작업을 하다보니 저절로 두벌식 이외의 선택이 없음이 안타까웠을 뿐입니다. 제 자리에서 컴퓨터를 쓰는 분들이(아내마저도) 컴퓨터가 고장났다고 하고.. 그때마다 이런 저런 사연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두벌식으로 회귀하였으니까요. 🙂

      네.. qwerty가 맞습니다. 네츄널을 쓰다보니. qwert까지만 써버린듯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조악한 변명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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