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블로그를 조용하게 만든 주범(?)인 책이 나왔습니다.
찰스 펫졸드의 원작인 Code라는 책인데, 여차저차해서 인사이트 출판사의 의뢰로 번역을 시작해서(솔직히 너무 쉽게 생각했죠. ㅋㅋ) 오랜시간을 거쳐서 마무리 단계입니다.
10월 11일 출간 예정이니, 마지막 인쇄 후 교정 정도가 한번 더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대략 2001년이나 2002년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당시 도서관을 들락거리면서 관련 개론서적이 있으면 읽는 요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예전에도 블로그에서 간단히 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개론서를 쓰는 사람에 따라서 같은 사실이 전혀 다르게 묘사되는 것, 그리고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같은 부분을 바라본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서 많은 개론서를 읽었습니다.
(가끔은 뭐 쫌 그런책들도 있지만, 이미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대가”의 다양한 시선으로 재구성해본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저에게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거죠)
여하튼, 펫졸드의 CODE는 그러던 와중에 잡혔던 책입니다.
아주 아주 독특한 설명의 책이지요. (성격을 규정하기 좀 어렵기도 하구요..)
솔직히 아키텍쳐하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디지털 시스템 강의를 들어도 이해 못하겠다고 하는 애들 보여주면 좋아하겠네..”에서 출발했던 책이고, 비슷한 형태로 추천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몇몇장은 스킵하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죠.. (이 책은 고상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보이론도 있고, 디지털 시스템도 있고, 컴퓨터 아키텍쳐도 있고, 운영체제도 있고.. 이런데, 실질적으로는 이야기책입니다. 그래서 디지털 전공하는 친구들이 어려워할만한 부분은 “귀찮으면 그냥 뛰어넘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라는 설명을 해준 거였죠.)
이 책을 번역했고, 출간된단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나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바로 “우와~ 어려운 책을 번역했네”입니다.
아.. 오해가 있으실까봐 덧붙이자면.. 읽어보지 않은 분들 혹은 비전공자 분들을 위주로 나오는 반응이죠.
CODE라는 용어가 참 어렵게 느껴지나봅니다. 부제로 적혀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숨어 있는 언어”라는 말도 왠지 좀 있어보이구요.
하지만, 이 책 CODE는 실질적으로 이야기 책이며 아주 쉬운 책으로 출발합니다.
이야기 책이라는 의미는 “전공자이든 전공자가 아니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단호하게 “아주 쉬운 책이다”라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간에 약간 약간 어려운 부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논리회로를 이용해서 연산기 설계해서 프로세서로 확장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스킵하고 넘어가도 크게 지장은 없지만 제대로 보시려면 이야기책 치고는 머리를 써야만 하는 부분이지요.
이 책을 이야기책으로 썼다는 것은 펫졸드 아저씨의 초기 의도이죠. 서문에 “전공한 사람이 아닌 누구에게든 권해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저 역시, 이 책의 번역제의를 받고 수락하게 될 때 가장 많이 염두에 둔 것이 “어떻게 하면 쉽게 읽힐 수 있을 것인가?”였습니다.
음.. 번역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낄낄..), 약간 미흡한 것 같기도 하고.. 공식적으로는 ‘나름 노력했지만, 결과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 정도로 입장 정리를.. (응?)
여하튼, 번역하면서 느낀건데, 사람이 참 많이 넓게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petzold 아저씨의 책에서 수많은 인용과 예제를 보면 그 아저씨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게 되거든요 (번역하는 입장에서는 “앗 이게 도대체 뭔 소리지??? 하고 구글신에게 신탁을 받아보면 어디서 인용한 것더라.. “는 경우가 많아서 혹시라도 아무생각없이 번역했다가 책을 보시는 분들께 “발로 번역했냐”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죠..)
이후로 책을 좀 많이 넓게 읽으려고 노력하는 습관도 길러졌고..
마누라는 집에서 주말에 빈둥거리거나 게임하지 않고(흑흑.. ) 열심히 뭔가 하는 것이 좋다고 하고..
전반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가끔 한턱 쏘라고 하시는 분들. 생각보다 기술서적 번역료 정말 얼마 안해요.. ㅋㅋ
제가 번역 시작할때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우습게도.. 혹은 좀 쑥스럽게도.. community에 대한 환원? 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요.. 예전에 제가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했을때, 컴퓨터 아키텍처에 관심을 가졌을 때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Ketel의 수많은 강좌들과 많은 “한글판” 책들이었죠. 뭐, 한글판이 몇 권 없던 시절이라.. 다들 파인애플 잘라놓은 표지가 있는 책으로 시작해서 다들 똑같은 베게책보고 C 언어를 공부했죠(무슨 책인지 다들 아시겠죠? ㅋㅋ)
가끔 “한글판 책의 조악함”에 대해서 투덜대지만 어떤 것이든 한글판.. 특히 입문서일수록 한글판 책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하튼, 지난 수요일에 편집자분한테 메일을 받았는데, 그날 이사였고.. (아.. babyworm의 수원시대는 끝입니다. 이제는 강북시대) , 오늘 인터넷 연결되었는데 컴퓨터가 고장나있고 (못고쳤어요.. 아무래도 파워 or mainboard 문제인듯..), 안쓰던 컴퓨터 한대에 부품 끼워맞춰서 밤이되서야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었네요.여하튼, 기쁜 소식을 늦게 올렸습니다.
오랫만에 장문의 글인가?
책들고 가면 싸인해 주세요 ~~
컥.. 창피하게스리 ㅋㅋ
와~~~정말정말 축하드리고 좋은 책을 번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출간하자마자 최대한 빨리 공수받아서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영어권에 있는 사람은 그냥 원서를 직접보는 것이 펫졸드 아저씨의 폭넓은 지식을 역자의 간섭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으려나 ^^;
여하튼, 나의 시각(과 오류..)을 알고싶다면야 나는 고맙지 🙂
원서를 보면 시간과 노력이 두 배로 들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한글로 보려고 합니다. 더구나 펫졸드 아저씨의 폭넓은 지식과 선배님의 시각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면 일석이조군요. 재밌게 읽겠습니다. 🙂
일전에 KLDP에서 http://kldp.org/node/114667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공학 기술 쪽에는 문외한인지라 초반 몇 편 외에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장 단순한 회로들을 조합하여 논리 게이트를 만들고, 그것들을 조합해가며 점차 논리적인 “컴퓨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참 인상깊었던 글들이었지요. 그 시리즈의 모티프를 제공한 책이 ‘CODE’라고 나와 있는데 바로 그 책을 번역하신 거로군요. 가능하다면, 나중에 접해 봐야겠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저도 그 글을 본적 있습니다. 역시 흥미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없는 시도이기도 하고..)
번역서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얼마전에 번역을 해봤는데… 역자들도 나름 책임감을 갖고 번역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원서 내용이 워낙 맘에 들어서, 제가 본 최고의 책 중에 하나로 소장중인데 형님께서 번역해주셔서 한권 주문하려구요 ㅋㅋ
앞으로 블로그에도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
메일로 얼굴과 이름이 잘 매치가 안된다고 했었는데.. 기억이 나버렸어~! 🙂
로봇워때 우리랩에 잠시있었지 않았나? 여하튼.. 고맙고, 책 출간 잘하고..
덕분에 LLVM에 대해서도 보게되었고..
근데, 여담인데 어차피 GCC에서 frontend에서 RTL로 변환해서 optimization을 수행하는데 LLVM을 사용하면 뭐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거지?
물론, blog에 써 있는 것과 같이 gcc optimization에 덕지 덕지 붙어 있는 legacy code를 신경쓰지 않고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이해하겠는데 VM으로써의 장점은 잘 모르겠네. 현재 상태에서 runtime profile을해서 optimization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혹시 좋은 글이나 좋은 link를 알려줄 수 있을까?
네.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회 로봇워때 뵌게 마지막 같아요 ^^
LLVM 에 역시 관심이 많으시군요 ㅋ
LLVM의 장점은 optimization 단계에서 필요한 하이레벨 정보를 FE에서 부터 (LLVM 표현으로)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과
원래 초기 논문에 나오는 다단계 optimization 단계를 마음껏 조작할 수 있는 오픈된 구조라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GCC 보다는 FE 부터 Code Generator까지 모듈화가 잘 되서 나만의 컴파일러를 만들기도 쉽구요…
GCC가 4.x로 오면서 최적화 방식이 좀 바뀌긴 했지만
DragonEgg 라고 LLVM 최적화 단계를 GCC에 끼워넣는 플러그인도 서브 프로젝트로 진행중입니다.
자료는 아직도 많은 편이 아니더군요 ㅜㅜ
llvm.org 에 있는 컨퍼런스 자료와 논문을 읽어 본게 전부거든요 @@
저보다는 전문가이신 형님께서 보셔야 눈에 쏙쏙 들어오실듯 싶네요
추신. CODE 책 어제 받아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덕분에 원서. 10년전 번역서와 새 번역서까지 3권이 됐습니다!
optimization을 위한 hint가 더 올수 있다는 점이 다른거군. 고마우이 🙂
자료를 kindle에 넣어두기는 했는데, 읽으려 마음 먹은 목록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라.. 그래도 올해 안에는 보지 않을까 싶어 ^^;
안녕하세요? 강컴에서 신간에 CODE라고 되어 있길래,
“잉? 재간되는 건가?”했는데 역자분이 다르시군요.
절판된 2000년 초반 번역본을 얼마전에 어엄청~~~~~~~ 힘들게 구했는데…..-_-; 이..이런..
이전 역자분이 하신 작업과 차이가 있다면 어떤점일까요..^^(새로 사야하나..)
글쎄요. 각각의 취향이 있으니 뭐라 하기 어렵겠습니다. 🙂
2000년도본이 약간 딱딱하게 공학서적처럼 번역되어 있다면, 이번 번역은 약간 이야기처럼 번역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렇게 번역하는 것이 원저자의 의도에 맞다고 보았거든요.
이전판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위주로 바꾸었고, 논리적으로 좀 더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나, 필요에 따라 그림이나 참고자료가 더 들어간 정도가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 번역판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훓어본 것이 전부라서 어떤 부분이 바뀌었는지 세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겠네요 (이전 번역에 영향을 받을까봐 일부러 피한 부분도 없잖아 있구요).
사실 같은 책이니 어떤 것이라도 잘 읽으시면 무방하지 않을까요? 🙂
(앗 완전 무책임한 발언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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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출간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 주문한 책을 받아서 막~ 옮긴이의 글을 읽고 나서 현규님 블로그에 들려 봤습니다. 재미나게 잘 읽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질문이 있으면 질문 남길께요.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