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될 때..

혼자 있는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
빼꼼히 솟아난 흰머리를 쥐어뜯으려 머리를 뒤적이다 보니 흰머리가 제법 보인다. 화들짝 놀라서 살펴보니 틀림없이 흰머리다. 아 젠장…
요즘엔 RTL coding이나 C/C++ 코딩을 하고 싶어 좀이 쑤십니다. 생각 같아서는 후배들이 맡고 있는 블럭을 내가 하고 싶은 생각도 문득 문득 들지요.

엔지니어에게 있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것이까.. 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직접 코딩하는 걸 자제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하자고 생각한 것이 불과 한달도 안 되었건만, 설익은 지식은 벌써 손가락을 근질근질하게 만들고, 어서 하나라도 만들어보자고 재촉하는 것만 같아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코딩을 하게 되면, 그쪽에 집착하게 되어서 결국 큰 그림을 제대로 못 그릴 수가 있다는 것이 한가지 이유였고, 내 쪽에 신경쓰다가 다른쪽 일에 대한 균형 감각이 없어진다는 이유가 있었건만, 실제적으로 코딩에 참여하지 않으면 느낌상 약간은 덜 치열해 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실제적으로도 책보고, 개선할 부분 정리하고, 책보고, 인터넷보고, 새로운 아키텍쳐 짜고, 머리속에서 시뮬레이션..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해지고 있어요.
분명히 아직은 설 익었는데, 왠지 코드 짜고 싶어지고.. 경험에 의해서는 이때 코딩을 하게 되면 분명히 망칩니다. 꾸욱 참고 더 눌렀다 꺼내야 해요..
문제는 과연 눌렀다 꺼낼 수 있을까.. 라는 조바심이 계속 든다는 것인데, 조바심의 큰 이유는 항상 여러가지 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차분히 눌러놓을 시간이 없을지도.. 혹은 차분히 눌러놓았다가는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물론, 뭐 이런 저런 잡무의 문제도 그다지 적지 않구요.

엔지니어가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고,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이 뭘까요. 코딩 잘하는 엔지니어는 대리급정도 되면 물이 모를 만큼 올랐을 것이고..결국은 알고리즘과 아키텍쳐, 그리고 모델링의 힘이 중요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 저것을 건드리다보면 코딩은 줄어들고 결국은 “말빨”만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에요.

늙었다 혹은 직급이 올랐다는 또다른 반증은 업무 시간과 결과에 대해서 까다로워 진다는 것에요.

어느 블로그에(기억이 나지 않아서 링크는 못합니다만..)보니, 좋은 엔지니어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로…(기억력이 나쁜 관계로 기억으로만 각색하자면..)


실력없는 엔지니어와 실력있는 엔지니어에게 한달의 일이 주어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실력없는 엔지니어는 맡겨진 일을 야근을 밥먹듯이하며 죽도록 일을 했는데도 일을 주어진 시간이 끝내지 못했다. 팀장에게 이러이러한 이유로 일을 못 끝냈으니, 2주만 더 달라는 요구를 했고.. 팀장은 일을 열심히 했음에도 못 끝냈으니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2주를 더 주었다. 결국 2주후에 일은 끝났지만, 원래 예상보다 비대해진 코드와 숨겨진 버그들이 드글드글한 코드가 결과로 나왔다. 팀장은 어려운 일 잘 끝냈으니 고생했다고 이야기 한다.

실력있는 엔지니어는 맡겨진 일을 생각하고, 한 2주 정도 노는 듯 하더니, 2주 남겨 두고 좋은 알고리즘을 구상해서 원래 주어진 시간에 원래 예상되었던 코드 보다 더 compact하고 smart한 결과를 내었다. 팀장은 놀면서 2주만에 할 수 있는 일을 한달이 주었졌다고 하여 놀면서 했다는 생각에 괘씸죄를 적용시킨다.

결국 진급은 실력없는 엔지니어가 한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인데, 완전 공감.
이런 팀장이 되지 않으려 노력 중이건만, 일에 대해서 in-sight를 가지지 않는 이상 많은 경우 소위 이야기하는 “근태“를 가지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어쩔 수 없다 변명하더라도, 이건 결국 팀장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니, 반성..
최대한 일정 안에 끝내는 경우 아무 이야기 안하려 노력중입니다.

또하나, 요즘엔 글을 보는데 있어서 너무 너무 까탈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만족했을 것도 눈이 까다로워 진것이겠지요. 밑에 있는 애들이 힘들 수 밖에 없어요.

뿐인가요.. 까탈스러워져서 폰트니, 모양이니 이것저것 아주 지랄스러워졌습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조금만 더 하면 좀더 마케팅이 잘 될 텐데, 적어도 다른 곳만큼은 멋지게 나와야 할 것인데.. 등등 이죠..

좋은 부분의 코딩은 남시키고, 애들 싫어하는 “중요하지만 사소하고 시간 소모가 많은 일” 예를 들어 supporting tool 만들기나 꾸미기 같은 부분만 하게 되는..
그러다, 이건 높은 직급의 엔지니어가 할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누가 좀 잡아주는 사람 있음 architecture 전체와 management를 맡기고, 한 가지만 파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쩝.

4 thoughts on “늙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될 때..

  1. Coding이 제일 재미있지요. ^^
    저도 요샌 주로 검증, 테스트, 불량분석이나 스펙만 다루고 있으니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10월 말 Tape-Out제품 때문에 코딩(동작속도 개선, 다듬기 등)을 좀 해야하는데 다른 일이 산더미라 좋지만은 않네요. ^^;

    1. 네.. 코딩 할때는 즐거운 느낌인데 요즘엔 생각만 하고 있다보니 영 시들시들하네요.
      10월말 T/O면 한창 바쁘시겠네요. 힘내세요~!

  2. 여기에 가끔 들러서 좋은 이야기를 듣고 가는 사람입니다.

    CSI라는 드라마를 보면, Grissom반장은 항상 자기가 팀장임에도 계속 현업에 참여를 하며,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자신의 팀원들에게 중요한 조언을 하고, 팀원들을 성장시킵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실제 개발에 참여하면서, 팀원들에게 그 경험을 지속적으로 전해 주어 조직 전체가 발전하도록 하는것도 바람직한 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어느 블럭을 담당하고 코딩을 하면, 다른 부분의 설계에 잘 신경을 못쓰겠더군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부랴 부랴 그쪽을 봐주는 형태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구요. 이런 부분이 고민이죠.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실제 개발(작게 이야기하면 코딩이죠..그 동안에도 아키텍쳐 잡고 스펙쓰고 합성/검증은 같이 했으니까요,,)에 참여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어느 부분에 참여할지가 고민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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