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One a day는 청소기다. ‘오~ 이쁜데..’ 라는 생각과 함께, 청소기를 새로 산다고 집에서 청소를 자주 하는 건 아니라는 슬프고도 간단한 진실을 발견한다.
어떤 물것을 사서 무엇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자주 사게 되는 것들.. 신발 사면 왠지 밤마다 조깅할 것 같았건만 진실은 비싸게 준 조깅화는 출퇴근 때 잠깐 신는 신발이 되었고, 같이 딸려온 스티커(EVERYDAY RUN)는 PMP에 붙어 있다. 생활 소독제.. 왠지 이것 저것 치워 줄 것이라는 생각에 샀건만 대부분 그대로 있다. 유한 락스나 한 통 살걸.. 게임기.. 살 때 당시에는 아마 사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500가지는 생각해 내었을 것인데, PS2는 컴퓨터 옆에 고이 모셔있고(그나마 얼마전에 회사 후배가 그란투리스모 4와 드포프를 빌려줘서 주말에 가끔한다), XBOX는 하나 TV 설치와 함께 전원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런 형태의,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을 어떤 것을 구매함으로써 충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책 사모으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대학원때는 학교와 회사에서 받은 돈을 대부분 술 먹고 책을 사 모으는데 탕진했다. 그 책들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비율은 채 50%를 넘지 못할 것이다. 많은 경우 훓어보기 + 일부 정독, 일부 책은 훓어보고 쳐박아두기, 정도가 심한 경우엔 책도장 하나 꽝 찍고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전에 “난독증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던 것 처럼 요즘엔 책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올 6월쯤 회사 도서 구매 비용으로 몇 권 샀건만, 여태 제대로 읽은 건 1권, 들춰본 것도 1권.. 나머진 아직 손도 못 댔다.
이러니 머리가 비어가지..
2.
요즘 힘들다.. 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조금만 늦게 출근하면 버스 자체를 탈 수 없는 훌륭한 동네에 살고 있는 관계로 출근과 퇴근 모두를 햇빛 없는 시간에 하고 있으니, ‘나름’ 상당히 피곤하기는 하다. 그런데, 나의 안사람을 보면, 그 어려운 박사 과정하고 있으면서 애도 키우고, 랩장 역할까지..게다가, 남편이라는 인간은 새벽 6시 30분에 나가서 밤 11시 넘어서 들어오는 밤도깨비가 되어 있으니 집안일도 모두 안사람 차지이다. 주말이라고 애 좀 봐주면서 유세떨기까지.. 퇴근이라도 일찍하려 노력해야겠는데…
3.
요즘 들어 회사에서 세미나 해주느라고 이런 저런 프로세서 관련 논문을 오랜만에 다수 접하고 있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긴 바뀌었다. 지난 세미나 주제가 분기 예측 부분이라 요즘 논문들 몇 개 뒤적거렸는데, 예전에 어떤 기법의 단점은.. 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보완하는 논문이 새로 많이 나왔다. 한참 논문 볼 때가 perceptron 기반의 분기 예측이나, indirect jump에 대한 issue들이 점점 부각되고 있던 시점이었는데(당시엔 WIN32에서 DLL 때문에 indirect jump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요즘엔 DLL도 그렇고, Object orient에서 virtual function의 사용 증가 때문에 indirect jump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Indirect call의 단점은 branch target의 판별이 매우 늦은 시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과 target의 값이 dynamic하게 바뀐다는 점이 특징이라 기존의 방법들이 indirect call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는데, VPC prediction과 같은 생각은 어찌보면 일반적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탄탄하게 잘 구성했다는 생각도 들고, 같은 저자(이름으로 보면, 한국분이지 싶은데..)의 Wish branch같은 경우도 Guarded execution(a.k.a predicated execution) 기법의 단점을 잘 보완했다는 생각이 든다. Static code size가 증가할 것이고, 그로 인해 cache miss가 더 발생할 확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몇몇 생각만 빼면.. 뭐 처음에 warm-up된 이후야 큰 문제 없을 것이지만..
요즘 회사에서 이런 저런 세미나 하고 있다 보면, 참.. 난 뭐 한 거지.. 뭐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