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왜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을까..

2016년 병신년이 되었습니다. 어감은 이상하지만요.

연초에 안사람과 딸래미가 반친구들과 1박 2일로 놀러갔었는데요.. 이 황금같은 “진짜”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생각하다가 문득 글이나 써볼까 싶었었습니다. (과거형이니 이미 안사람과 딸래미는 돌아왔습니다. 대신 제가 월요일부터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있죠.. 여하튼..)

그런데, “영양가 있는” 글이 참 안써지더군요.

이유가 뭘까 조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참 별거 아닌거로도 글을 잘 끄적거렸는데 말이죠.

가장 큰 이유는 SNS때문인 것 같습니다. 짧게 개인적인 뭔가를 남기기에 SNS가 너무 편합니다. 에디터만 해도 그렇고요.

두번째는 예전보다 아는게 ‘조금은’ 더 많아졌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글을 적어보고, 궁금하면 그냥 코딩해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틀리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들고, 혹시 이게 업무 연관성이 있어서 대외비를 유출하는 건 아닐까 싶은 자기 검열도 심해졌고, reference도 찾을 생각 + 코드나 사진 같은 것을 같이 첨부할 생각에  ‘귀찮다…’라는 생각이 불쑥 불쑥 듭니다.

사실 제 블로그에 draft  상태로 publish 되지 않은 글이 상당수 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예제 코드를 적고나니 ‘이건 우리 회사에서 했던 건데..  ‘ 이렇고 빼고 나면 새로 코드 짜기도 귀찮고.. 열심히 적어놓고 ‘요거 찾아보고 나서..’ 라고 생각한 다음 결국 귀찮음에 지는 거죠.

세번째는 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집에서도 논문보고 코딩하는 거 참 좋아했는데.. 요즘엔 많이 못하네요. 연휴에 기초적인 안드로이드 앱을 하나 만들 생각으로 Android Studio를 받았는데.. 음.. 버튼 몇개 붙인 hello world도 앱인가.. (사실 예전에 만들려던 위치받아서 주기적으로 서버의 RESTful address를 이용해서 위치를 보내는 앱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결국은 만들다 말고 hello world와 다를바 없는 앱이 되었네요.. 아마 안끝낼듯..) 만들다가 XCOM을 건드리는 것이 망하는 지름길이죠.

마지막으로는 비난받기 싫다는 감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비난이라고 썼지만, 실제 비난보다는 ‘내 부탁을 왜 안들어주니..’라는 비난이죠. 예전에 블로그를 나름 열심히 운영할 때는 숙제/업무상 궁금증에 대한 질문이 참 많았습니다.

이해합니다.

안풀릴때의 답답함이나, 알 것 같은 누구에게든 답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을 저도 잘 압니다. 저도 많이 그랬고, 정말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blog, 게시판, e-mail로 자주 알려드렸는데요. 어느 순간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알려주지 않는다고 비난하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그냥 모든 글에 반응하지 않게 되더군요.

사실 비슷한 이유로 블로그에 방문자가 늘어나면 블로그를 폐쇠하고 이동하는 일을 몇 번했죠..  찾기 힘든 섬같은 느낌의 블로깅을 하고 싶었거든요..

이제는 블로그에 사용하는 사람도, 찾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긴 글을 읽지 않는 환경이 되었죠.

즉, 글만 길게 쓰면 찾아오지 않겠죠. (아닌가..)

여하튼, 그래서 2016년에는 글을 좀 써볼 예정입니다. 예전부터 많은 분들이 써보라고 권유하는 내용도 있고, 업무 연관성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대외비를 유출하지만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써보려고요. (사실 일이 거의 비슷한지라.. 완전히 새로운 걸 하기는 어렵고 여하튼.. 회사에서 직접적으로 회사일로 한 것만 아니면 되겠죠. )

 

5 thoughts on “요즘엔 왜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을까..

  1. 홍성규

    안녕하세요 ^^
    저는 SystemC 관련 툴을 개발하고 있는 광운대학교의 홍성규입니다.
    저희가 툴을 만들다보니 실제 SystemC를 활용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괜찮으시다면 잠시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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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abyworm Post author

      네. 안녕하세요.
      SystemC는 안쓴지 거의 10년이 되었기에, 저는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

      Reply
      1. 홍성규

        답신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가 SystemC 관련 툴로 창업을 준비중인데요~
        학부생들끼리 모여있다보니 현장지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꼭 SystemC에 대한 얘기가 아니더라도 칩 설계/검증에 대한 얘기라던가 업계 분위기 등에 대한 얘기를 해주신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바쁘시겠지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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